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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4-01-22 12:53
고려대 '48학번' 할머니 선배의 특별한 후배사랑
 글쓴이 : 수능일번지
조회 : 1,082  
간호학과 출신 83세 박희정씨 장학금 쾌척 "먼저 사람이 되어야"

"조금 더 빨리, 조금 더 많이 했어야 했는데…. 이제야 후배들을 챙기게 돼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."

올해 여든세살인 박희정 할머니의 얼굴은 아이처럼 해맑았다. 하지만 곱게 빗어넘긴 머리카락은 세월의 흔적만큼 하얗게 변해 있었다.

박 할머니는 최근 모교인 고려대에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. 지난 2012년 11월 2억원을 기부한 지 1년여 만이다.

고대는 지난 13일 장학기금 기부식 행사를 열어 할머니의 뜻을 기렸다.

박 할머니는 이 학교 간호학과 '48학번'이다. 그의 남편은 2011년 작고한 고 류근철 박사다. 국내 1호 한의학 박사이면서 카이스트에서 초빙특훈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던 류 박사는 노벨과학상 배출을 염원하며 2008년 578억원이란 거액을 카이스트에 내놨다. 개인 기부액으로는 국내 최고액이다.

당시 고인이 박 할머니와 함께 내놓은 장학금은 거의 전재산이었다. 그러나 '부창부수'격으로 박 할머니는 근검절약하며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.

학창시절 수재로 이름났던 박 할머니는 경기여고와 고려대를 거쳐 국선 장학생으로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유학한 뒤 고려대병원 간호부장과 의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.

"그때만 해도 간호 쪽은 선배가 없었어요. 가난하고 외로웠지만 정말 열심히 했죠. 이젠 후배들에게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."

장학금은 이 학교 간호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. 박 할머니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다.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됨됨이를 보고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.

박 할머니는 20일 "간호학의 기본은 인간"이라며 "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"고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.

그는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 이어간다는 생각이다. 여생으로 주어지는 매 한 해를 선물로 여기면서 자신의 생일이 낀 11월마다 추가기부를 할 꿈을 꾸고 있다.

박 할머니는 "후배들에게 청춘의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알려주고 싶다"며 "해방과 전쟁, 가난을 겪어왔지만 꿈 하나로 견뎌냈다"고 했다.

"멋지고 훌륭한 대상을 사랑하는 건 쉬워요. 뜨거운 가슴으로 못나고 부족한 대상을 껴안는 참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."